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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며

이 글은 이제 막 출발을 하려는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제품을 추가로 개발하려고 준비 중인 스타트업들을 독자로 합니다. 또, B2B 보다는 B2C를, 그리고 커머스 혹은 게임 보다는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스타트업이 초반에 제품을 기획할 때는 1) 큰 그림 보다는 작은 그림에 집중해야 하고, 2) 뜬 구름같은 것들 보다는 눈에 보이는(Tangible) 것들로 논의하고 판단해야 합니다.보면 경영대 출신 창업자들이 업계에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꼭 경영대 출신은 아니더라도, MBA나 전략컨설팅펌을 거친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경영 백그라운드의 기획자/창업자들이 비교적 다른 백그라운드의 사람들보다 작은 그림보다는 큰 그림에 집중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 보다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들을 주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경영 백그라운드의 출신이고, 그래서 왜 그런 경향을 보이는지 대충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만, 그러면 왜 아니 되는지, 아니 되면 무엇이 더 초기 스타트업에 적합한 것인지 적어보겠습니다.

큰 그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세요.

작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큰 그림에 대해 먼저 적겠습니다. 큰 그림이라고 하면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소위 ‘앞단’ 이라고 불리우는 사업계획서 스러운 것들입니다. 시장 조사, 소비자 조사, 경쟁사 분석, 자사 분석 등… 아주 비즈니스 케이스를 다룰 때마다 나오는 그런 것들입니다. 두번째는 서비스가 내 꿈과 희망 (대부분이 망상) 처럼 잘 되었을 때의 달콤한 모습입니다. 대개는 6개월~X년 후의 모습입니다.

 

첫번째 ‘앞단’에 대해서 한마디로 저희 철학은 ‘적당히 하면 된다.’ 입니다. ‘아무리 적어도 수백만의 잠재 유저는 있을 수 있겠고, 시장도 최소 연 몇백억은 될 수 있겠네~’ 정도로 어렴풋하게 확인되면 됐습니다. 더 이상 하는 것은 쓸모 없는 짓입니다. 경영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은 이런 앞단의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팝니다. 마치 HBR 케이스를 푸는 것처럼 말입니다. 일부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전략기획팀까지 둘 정도로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아무 소용 없는 일입니다. 스타트업에게 ‘실제’ 외에는 아무 것도 안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건 대부분 ‘실제’하고 거리가 멉니다.

 

위에 적은 ‘대~충 이렇네’ 정도보다 더 정밀하게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들은 보통 초기 스타트업이 얻을 수 없는 경우가 극히 대부분입니다. 리서치를 통하자니 조사 방법에 따라 데이터가 왜곡되는 경우가 너무 많고 (일부는 그 배후에 조사 주체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고) 스타트업이 해결하려고 하는 그 ‘니즈’가 그 데이터에서의 저 ‘니즈’랑 다른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물론 카피캣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거나 명백하게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경쟁 제품이 있는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그 대채제 제품이나 카피캣 대상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비교적 ‘실제’와 가까운 결과일테니까요.

 

리서치로 나에게 딱 맞는 적절한 데이터를 찾지 못해서 검증이 안되니까 찝찝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한다고 합시다. 그건 조금 다른 차원의 Bullshit 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 한마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 모른다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즉, 진짜 의미있는 데이터는 실제로 제품이나 프로토타입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통계 자료와 피드백입니다. 그 외에는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설문조사나 FGI로 진짜 니즈나 진짜 불편함을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여러 명언 못지 않게 망언을 남기기도 했지만 저 말 만큼은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에 깊게 관여하는 분들은 정말 공감하실 말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은 뭔가 서비스의 큰 그림을 자꾸 그리는 실수입니다. 자꾸 6개월 이후의 먼 모습을 지나치게 많이 집중해서 고민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입니다. 나중에 사람들이 많이 쓸 때의 모습을 (희망에 젖어) 고민하는 것 말고, 지금 당장 개발해서 몇 주, 1~2개월 후에 몇십명~몇백명~몇천명 들어올 때의 그 모습만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1~2개월 후에 핵심만 달고 나온 제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이 당신의 가설을 뒤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접게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 전에는 당신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물론 미래를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렴풋하게 ‘이후의 방향성에 대한 옵션들은 A, B, C, D 정도가 있을 것 같은데, 판단은 그 때 돼 봐서 하자.’ 정도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작은 그림에 훨씬 집중해야 합니다. 사업 계획서보다 프로토타입이 중요하고, ‘시장이 얼마나 크고 성장하고 전망이 이러하고 저러하고 등등’ 보다, ‘이거 쓸 것 같다’는 확신을 주는 실제의 무언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프로토타입은 페이퍼 프로토타입, 데모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작은 그림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How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을 사용자들이 더 쉽게 느끼고 더 좋아할까’ 에 대한 지나치리 만큼 치열한 고민입니다. ‘쉽게 느끼고’는 전환율에 가까운 것이고, ‘좋아할까’는 재방문율에 가까운 것입니다. 대표적인 2가지의 서비스 지표입니다. 뜬 구름 잡는 에너지를 실은 이런 서비스적인 고민에 써야 합니다.

뜬 구름 잡지 마세요

프로그램스에는 ‘뜬 구름 잡는 소리하지 말자.’는 문화가 있습니다. 뭔가 조금이라도 뜬구름성 논의가 나올 법하면 대화를 멈추고 ‘그려보면서(써보면서) 말하자’ 혹은 ‘내가 언제까지 그려올테니(프로토타이핑 해볼테니) 그거 보고 말하자.’고 합니다. 그려보기 전엔 모른다, 써보기 전에는 모른다, 최소한 우리라도 눈으로 직접 보거나 데모를 써보자는 식입니다.

첫번째로, 제품을 기획하는 논의를 할 때엔, 모두가 정확히 같은 것을 머릿 속에서 공유한 채로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러나 같은 텍스트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두번째로, 기획할 때는 완전히 유저의 관점으로만 봐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만 판단해야 합니다. 유저는 제품의 개념이나 로직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느낀 다음 직관을 통해 행동합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유저가 보고 느끼는 그 무언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한 다음 판단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유저 빙의를 잘 해야 하는데, 개념적인 텍스트만 가지고는 그것을 해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마치며

저희도 나날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게 맞다.’고 말하기엔 턱없이 내공과 경험이 부족하지만, 근 2-3 년 동안 많은 삽질과 고민을 통해 세워진 저희 나름의 철학을 공유해보았습니다.

계속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 프로그램스 제품 책임자 원지현님의 글입니다.
http://frograms.com/members/원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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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xn--k--cz5jl7htxsoyc.xn--3e0b707e/jsp/startUp/startUp2014.jsp


http://startupall.kr/



해당 사이트에 있는 우수작품들을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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