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수천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실수로 버린 남성의 근황
영국 웨일스 뉴포트 출신의 IT업계 종사자 제임스 하우얼스(37)다. 그는 2013년 사무실을 정리하던 중 낡은 노트북에 들어있던 하드디스크를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 안에는 무려 7500개의 비트코인이 들어있었고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억5000만 파운드(약 2393억원)에 달했다.
하우얼스는 2009년부터 암호화폐를 채굴했으나 당시에는 가치가 매우 낮아 하드디스크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 2013년 말 비트코인 1개 가격이 1200달러(약 157만원)까지 치솟자 보관해뒀던 디스크를 찾아 나섰고, 그제야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비트코인을 되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먼저 쓰레기 처리장을 찾아 디스크의 행방을 추적했고 좌표 참조시스템을 이용해 매립지 특정 부분을 파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어 지방정부 당국에 수색 허가를 요청한 뒤 그 조건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제안했다.
하우얼스는 지난해 CNN 등 주요 언론에 등장해 “비트코인을 되찾으면 25% 또는 5250만 파운드(약 838억8000만원)를 기부하겠다. 약속이 이행된다면 31만6000명의 뉴포트시 주민은 각자 175파운드(약 28만원)씩 받을 수 있다”며 “나머지 절반가량은 이번 계획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남은 25%를 내가 가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은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했다. 해당 작업이 주변 지역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매립지를 파낸 뒤 다시 묻고 잔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백만 파운드가 낭비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한동안 당국과의 입장 차이로 갈등을 빚자 하우얼스는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개를 활용한 수색 구상까지 내놨다. AI 기술을 적용한 기계 팔로 수천 톤에 이르는 쓰레기를 거르겠다는 계획이다.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디스크 도난 방지를 위해 로봇 개를 곳곳에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우얼스는 이미 헤지펀드로부터 1000만 파운드(약 159억원)를 지원받은 상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팀에는 여러 명의 환경·데이터 전문가가 합류할 예정이며 예상 소요 기간은 9~12개월이다. 하우얼스는 “다양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다재다능한 팀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높은 수준으로 이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우리의 계획 중 하나는 비트코인을 찾아 10%를 지역 사회에 쓰는 것이다. 쓰레기장을 정화해 그곳에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싶다”며 “풍력 터빈 2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전된 전기로 뉴포트 주민을 위한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하드디스크가 발견된다고 해도 오랫동안 쓰레기 더미에 묻혀있던 탓에 수년 전 채굴한 비트코인이 정상적으로 회수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아직 뉴포트 시의회가 “해당 계획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심각한 생태학적 위험을 갖고 있다”며 미승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 단계부터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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